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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치의 노래, 정태춘’ 시대와 함께 걸어온 음악인을 그린다는 것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정태춘-박은옥 데뷔 40주년 기념사업의 종착역에 있는 작품이다. 지난 2019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시대를 지나 2022년까지 이어졌다. 40주년 프로젝트 기념 공연 무대들까지 도합 정태춘, 박은옥의 28곡 무대를 만날 수 있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 오는 18일 개봉한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이자 여전히 많은 이들에겐 현재 진형형의 아픔을 남긴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 이렇게 의미 있는 날 개봉을 결정한 건 정태춘이라는 음악인이 가진 서사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1990년대 음반에 대한 사전 심의 폐지 운동을 주도했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위, 전쟁반대 1인 릴레인 시위, 촛불시위 등 주요한 사회 흐름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시대와 호흡했다.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 반지하 셋방에서 놀다 불이나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죽음’(1993)이라는 노래로 다시 태어났고, 시청과 종로를 가득 채우고 독재정권에 시위하던 사람들의 풍경은 ‘92년 장마, 종로에서’(1993)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이렇듯 시대와 함께 호흡한 음악인 정태춘의 일대기를 되짚는다. 그가 ‘시인의 마을’과 ‘촛불’로 10대 가수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떠올랐던 시절부터 음악을 더 이상 하지 않겠노라 선언하고 칩거한 날들까지, 지난 40여 년의 이야기가 28곡의 음악과 함께 펼쳐진다. 영화의 전반부는 시대적인 행보에 주안점을 두고 흘러간다. 생활고에 시달려 시작한 이야기 노래마당을 통해 포크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일, 마이크 대신 북채를 들고 ‘일어나라 열사여’ 등을 부르며 시위를 앞장서던 그의 모습이 시대의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후반부는 보다 개인적인 부분에 집중돼 있다. 정태춘이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계기가 된 일들과 손녀의 등하원을 담당하며 지내는 소소한 일상들이 그려진다. 곳곳에서 정태춘의 음악과 호흡한 이들의 사연이 중간중간 가미돼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충격적인 건 40주년 기념 광주 공연에서의 일이다. 정태춘이 ‘5.18’ 노래를 부르기에 앞서 무대 효과의 일환으로 선언문 비슷한 것을 읽는데, 그때 한 관객이 “나는 당신 노래를 들으러 온 것이지 당신 사상을 들으러 온 게 아니다”라고 소리를 치며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줄곧 시대의 아픔과 함께해온 정태춘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힐난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정태춘의 아내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박은옥은 언론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통해 정태춘의 다양한 음악과 선택들, 음악적 여정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개인적인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발 없는 말이 돼 주시고 민들레 씨앗처럼 널리 퍼뜨려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인사했다. 정태춘의 노래에 세상의 이야기가 담길 수밖에 없던 이유, 그가 공연장에서 ‘5.18’을 부르게 된 여정이 담백하게 이어진다. 18일 개봉. 113분. 전체 관람가. 정진영 기자 chung.jinyoung@joongang.co.kr 2022.05.0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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